사람을 가리기 시작했다. 기준이 명확하거나 높은 편은 아닌 듯, 자신의 주변인들에게 변함없이 다정하고 부드럽다. 사람을 챙기는 데에 특화되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만큼 실제로 주변일을 먼저 알아채고 진심으로 걱정한다. 이와 반대로, 자신과 아무 관련없는 타인에게는 작은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 지나가다 마주치면 눈을 마주치고 끝나는 정도. 여전히 그의 평판은 사교적이고 활발한 사람이라 말이 전해져 오지만, 어딘가 더 차분하고 무관심해졌다.

그의 유년시절은 평화로운 일상의 나날이었다. 싸움과 갈등이 적은 마을. 게 중에서도 작은 말다툼이 다였던 동생들과의 관계. 짧게 보면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인내심이 강한 편이었다. 어느 말을 해도 끓는 점이 굉장히 높아 타인에게 쉽사리 화낼 일이 없었다. 그렇기에 신경질적인 그의 면모는 잊어버릴 만큼 전무후무했다. 냉철하게 화를 낸 적은 딱 한 번, 바로 제 주변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았을 때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화를 내거나 몰상식한 짓을 하는 사람을 보면 철저하게 무시하기 마련이지만, 제 주변인에게 그런 짓을 하면 쉽사리 화를 내곤 한다.

학문을 중요시 여기고 그에 맞게 부지런히 노력하는 면모는 여전하다. 수업시간 외의 여가시간은 도서실에서 보내곤 했다. 수업시간에 이해가 안되는 점을 비롯한 궁금증이 생기면 바로 선생님께 질문하러 가거나 책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는 그가 호기심이 많고, 배우는 데 있어서 열정적임을 다시끔 느끼게 한다. 누구에게든, 무엇이든 배우고자 하는 자세가 기본으로 탑재되어있다. 그와 대화를 깊게 나누면 나눌수록 끊임없는 물음이나 토론이 이어질 수 있다.